성경의 숨은 재밌는 이야기 · 45

역대상,
아홉 장의 족보로
시작하는 책

통독하다 가장 많이 건너뛰는 이름들 사이에,
돌아온 백성을 위한 약속의 끈이 숨어 있다

역대상 1–29장
여는 글

역대상을 펴면 첫 문장이 이래요. "아담, 셋, 에노스". 😄 그리고 이름이 아홉 장 동안 끝없이 이어져요. 성경 통독하다가 가장 많이 건너뛰는 곳이 아마 여기일 거예요. 그런데 이 이름들은 바벨론에서 막 돌아온 사람들에게는 가슴 뛰는 목록이었어요. 나라는 망했지만 우리는 누구의 자손이고, 하나님의 약속은 아직 우리와 이어져 있다는 확인서였거든요.

역대상은 사무엘서와 같은 다윗 이야기를 다시 들려줘요. 그런데 밧세바 사건도, 압살롬의 반란도 빠져 있어요. 대신 언약궤를 어떻게 옮겼는지, 찬양대를 몇 명 세웠는지, 성전 재료를 얼마나 준비했는지가 길게 나와요. 같은 다윗을 예배의 눈으로 다시 그린 거예요. 족보 속 야베스의 기도, 이름 하나 바뀐 아간, 사울이 죽은 이유 한 줄, 다시 멘 언약궤, 288명의 찬양대, 오르난의 타작마당, 그리고 다윗의 마지막 고백까지 따라가 볼게요.

1부

역대상은 어떤 책일까?

포로에서 돌아온 백성에게 다시 들려준 다윗 이야기

역대상·하는 히브리어 성경에서 원래 한 권이었고, 제목은 "날들의 일들"이라는 뜻이에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뒤, 대략 주전 5–4세기 무렵에 정리된 것으로 봐요. 유대 전통(탈무드)은 에스라가 썼다고 전해요. 성전은 다시 지었지만 왕도 없고 나라도 작았던 시절, 백성은 물었어요. "우리는 아직 하나님의 백성인가? 다윗에게 하신 약속은 끝난 것인가?" 역대기는 그 질문에 족보와 성전과 예배로 대답해요.

"빠뜨린 것들"이라는 이름헬라어 칠십인역은 이 책을 "파랄레이포메나", 곧 "(사무엘서·열왕기에서) 빠뜨린 것들"이라고 불렀어요. 오늘날 "역대기(Chronicles)"라는 이름은 히에로니무스(제롬)가 붙인 별명에서 왔어요.
히브리어 성경의 마지막 책우리 성경과 달리 히브리어 성경은 역대기로 끝나요. 그래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아벨의 피로부터… 사가랴의 피까지"(마 23:35)는 성경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뜻으로 읽혀요.
역대상의 큰 특징 다섯 가지
1
아담부터 시작하는 족보
1–9장은 아담에서 포로 귀환자들까지 이어지는 이름의 행렬이에요.
2
다윗과 성전 중심
사울 이야기는 한 장뿐이고, 나머지는 다윗이 성전을 준비하는 이야기예요.
3
빠진 이야기들
밧세바 사건, 압살롬의 반란처럼 사무엘서의 어두운 장면은 거의 다루지 않아요.
4
레위인과 찬양대
언약궤를 메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 문지기까지 예배 섬김이 자세히 나와요.
5
돌아온 백성을 위한 책
"너희는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이다"라는 메시지가 책 전체에 흘러요.

역대상의 중심에는 다윗의 마지막 찬양이 있어요. "여호와여 위대하심과 권능과 영광과 승리와 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사오니 천지에 있는 것이 다 주의 것이로소이다 여호와여 주권도 주께 속하였사오니"(29:11). 많은 학자들은 우리가 주기도문 끝에 드리는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가 이 고백에서 왔다고 봐요. 다윗이 받은 나라는 결국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로 이어져요.

2부

더 깊이 숨은 7가지 장면

족보 속 기도 한 줄부터 다윗의 마지막 고백까지

1

족보 한가운데 끼어든 기도,
"고통"이라는 이름의 사나이

역대상 4:9-10

유다 자손 족보가 이름, 이름, 이름으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멈추고 한 사람 이야기가 나와요. "야베스는 그의 형제보다 귀중한 자라 그의 어머니가 이름하여 야베스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수고로이 낳았다 함이었더라"(4:9). 어머니가 해산할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이 이름을 "고통"으로 지은 거예요. 😄 평생 "고통아!" 하고 불린 셈이에요.

히브리어로 보면 "야베스"는 "고통(오체브)"의 글자 순서를 살짝 바꾼 이름이에요. 이름부터 아픔을 안고 태어난 사람이었지요. 그가 하나님께 기도해요.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4:10). 원문에서 "근심"도 "고통"과 같은 뿌리 말이에요. 고통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한 거예요.

그리고 짧은 한 줄이 이어져요. "하나님이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 이름이 운명이 되지 않았어요. 수천 명의 이름이 지나가는 족보에서 이 사람이 기억된 이유는 기도했기 때문이에요. 야베스가 무엇보다 먼저 구한 것은 넓은 땅이 아니라 "주의 손"이 함께하시는 것이었어요.

※ 2000년 미국에서 이 기도를 다룬 작은 책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야베스의 기도가 성공과 번영을 보장하는 주문처럼 오해되기도 했어요. 본문의 초점은 하나님의 손과 은혜에 있어요.

돌아보기
내게 붙은 아픈 이름과 과거가 내 운명이 아님을 믿고, 무엇보다 "주의 손"이 나와 함께하시기를 구합니다.
2

이름 하나가 바뀐 사람,
아간은 왜 "아갈"이 되었을까

역대상 1:1 · 2:7 · 여호수아 7:24-26

역대상은 "아담"으로 시작해요(1:1). 아브라함도, 이스라엘도 아니고 아담부터예요. 포로에서 돌아온 작은 백성의 이야기를 온 인류의 이야기 안에 놓은 거예요. 누가복음의 예수님 족보도 거꾸로 올라가 "그 이상은 아담이요 아담은 하나님이시니라"(눅 3:38)로 끝나요.

족보를 천천히 읽다 보면 이런 이름이 나와요. "갈미의 아들은 아갈이니 그는 진멸시킬 물건을 범하여 이스라엘을 괴롭게 한 자라"(2:7). 여리고 전리품을 몰래 숨겼던 그 아간이에요(수 7장). 그런데 이름이 "아간"이 아니라 "아갈"이에요.

히브리어로 "괴롭게 하다"가 아카르예요. 역대기는 아간의 이름을 이 말에 맞춰 "아갈(괴롭게 한 자)"로 적었어요. 😄 별명이 본명이 되어 버린 거예요. 그가 묻힌 곳도 "아골 골짜기", 곧 괴로움의 골짜기였어요(수 7:26). 그런데 호세아는 바로 그 골짜기를 두고 놀라운 약속을 해요. "아골 골짜기로 소망의 문을 삼아 주리니"(호 2:15). 괴로움의 골짜기를 소망의 문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이세요.

※ 일부 히브리어 사본과 번역은 여기서도 "아간"으로 적어요. "아갈"이 의도적인 말놀이인지, 원래 다른 발음이었는지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려요.

돌아보기
내 삶의 아골 골짜기, 실패와 부끄러움의 자리를 하나님이 소망의 문으로 바꾸실 것을 믿습니다.
3

사울의 일생을 건너뛰고
죽은 이유 한 줄만 남기다

역대상 10:1-14

사무엘상은 사울 이야기에 스무 장 넘게 썼어요. 그런데 역대상은 족보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사울의 죽음으로 들어가요(10장). 그의 등장도, 승리도, 다윗과의 갈등도 다 건너뛰어요. 그리고 장 끝에 이유를 딱 한 줄로 정리해요.

"사울이 죽은 것은 여호와께 범죄하였기 때문이라 그가 여호와의 말씀을 지키지 아니하고 또 신접한 자에게 가르치기를 청하고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시고 그 나라를 이새의 아들 다윗에게 넘겨 주셨더라"(10:13-14).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였으므로". 사무엘상 28:6에는 사울이 하나님께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되어 있어요. 역대기는 그것을 진짜 물음으로 치지 않아요. 결국 신접한 여인에게 갔으니까요. 역대기가 보기에 왕의 성공과 실패는 군사력이 아니라 하나님을 찾느냐, 찾지 않느냐에 달려 있었어요. 이 "찾다"라는 말은 역대기 전체에 수십 번 되풀이돼요.

돌아보기
내 삶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무엇이 남을지 생각하며, 무엇보다 하나님께 묻고 찾는 사람이 되기를 구합니다.
4

웃사의 죽음 뒤에 다시 펼친 성경,
"규례대로 구하지 아니하였음이라"

역대상 13:7-14 · 15:1-28

역대상도 다윗이 언약궤를 새 수레에 싣고 오다가 웃사가 죽는 장면을 기록해요(13장). 그런데 역대상은 그 뒤 다윗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더 자세히 보여 줘요. 석 달 뒤 다윗은 이렇게 말해요. "레위 사람 외에는 하나님의 궤를 멜 수 없나니 이는 여호와께서 그들을 택하사 하나님의 궤를 메게 하시고"(15:2).

그리고 레위인들 앞에서 첫 번째 실패의 이유를 고백해요. "전에는 너희가 메지 아니하였으므로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를 충돌하셨으니 이는 우리가 규례대로 그에게 구하지 아니하였음이라"(15:13). 왕이 공개적으로 "내가 말씀을 몰랐다"고 인정한 거예요. 이번에는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명령한 대로" 채를 꿰어 어깨에 멨어요(15:15).

눈에 띄는 사람이 또 있어요. "레위 사람의 족장 그나냐는 노래에 익숙하므로 노래를 인도하는 자가 되었고"(15:22). 😄 성경에 이름이 남은 최초의 "찬양 인도자"라고 할 만해요. 실패에서 배운 예배는 더 말씀에 가까워지고, 더 기쁨이 넘쳤어요. 예배의 능력은 새 수레가 아니라 말씀에 순종하는 어깨에서 나와요.

돌아보기
실패한 자리에서 "규례대로 구하지 아니하였음이라" 정직하게 인정하고, 말씀대로 다시 시작합니다.
5

수금과 비파로 예언한 사람들,
288명의 찬양대

역대상 16:4-7 · 25:1-8

다윗은 언약궤 앞에 레위인을 세워 "여호와를 칭송하며 감사하며 찬양하게" 했어요(16:4). 그리고 25장에서 성전 찬양대를 조직해요. "다윗이 군대 지휘관들과 더불어 아삽과 헤만과 여두둔의 자손 중에서 구별하여 섬기게 하되 수금과 비파와 제금을 잡아 신령한 노래를 하게 하였으니"(25:1).

여기 "신령한 노래를 하다"는 히브리어로 니베, 곧 "예언하다"라는 동사예요. 역대기는 성전 음악을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예언 사역으로 보았어요. 시편 곳곳에 "아삽의 시", "여두둔의 형식으로" 같은 제목이 붙은 것도 이 사람들과 관련이 있어요.

"그들과 모든 형제 곧 여호와 찬송하기를 배워 익숙한 자의 수효가 이백팔십팔 명이라"(25:7). 이들을 24반으로 나눠 돌아가며 섬기게 했어요. 그리고 순서는 이렇게 정했어요. "이 무리의 큰 자나 작은 자나 스승이나 제자를 막론하고 다 같이 제비 뽑아 직임을 얻었으니"(25:8). 😄 베테랑도 신입도 똑같이 제비뽑기였어요. 찬양의 자리에는 서열이 없었어요. 찬양의 주인공은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래 받으시는 하나님이시니까요.

돌아보기
찬양하는 자리가 무대가 아니라 말씀을 선포하는 자리임을 기억하며, 큰 자나 작은 자나 함께 하나님만 높입니다.
6

같은 사건, 다른 설명,
하늘에서 불이 내린 타작마당

역대상 21:1-30 · 사무엘하 24:1 · 역대하 3:1

다윗이 인구 조사를 한 이야기는 사무엘하 24장과 역대상 21장에 모두 나와요. 그런데 첫 문장이 달라요. 사무엘하는 "여호와께서 다시 이스라엘을 향하여 진노하사… 다윗을 격동시키사"라고 하는데(삼하 24:1), 역대상은 "사탄이 일어나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다윗을 충동하여"라고 해요(21:1).

모순처럼 보이지만, 많은 주석가들은 두 책이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높이에서 본 것이라고 설명해요. 욥기처럼 사탄이 유혹하는 일조차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 허락된 일이라는 거예요. 사탄이 구약에서 고유한 이름처럼 쓰이는 몇 안 되는 자리 가운데 하나가 이곳이에요.

징계를 멈추기 위해 다윗은 오르난(아라우나)의 타작마당을 사서 제단을 쌓아요. 역대상은 그 값을 "금 육백 세겔"이라고 적어요(21:25). 약 6.8킬로그램이니, 오늘 금 시세(2026년 10월 초, 1그램 약 18만 원)로 12억 원이 넘어요. 그리고 사무엘하에 없는 장면이 더해져요. "여호와께서 하늘에서부터 번제단 위에 불을 내려 응답하시고"(21:26). 바로 이 자리가 훗날 솔로몬 성전 터가 돼요(대하 3:1). 하나님은 심판이 멈춘 자리에 예배의 집을 세우셨어요.

※ 사무엘하 24:24의 "은 오십 세겔"은 타작마당과 소 값, 역대상의 "금 육백 세겔"은 성전 터 전체의 값이라고 보는 해석이 많아요.

돌아보기
나를 넘어뜨리는 유혹조차 하나님의 손을 벗어나지 않음을 믿고, 징계가 멈춘 자리에서 감사의 제단을 쌓습니다.
7

왕이 바친 금 삼천 달란트,
그리고 "주의 손에서 받은 것으로"

역대상 29:1-20

다윗은 성전을 직접 짓지 못했지만, 아들 솔로몬을 위해 재료를 모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재산을 내놓아요. "오빌의 금 삼천 달란트와 순은 칠천 달란트"(29:4). 한 달란트를 약 34킬로그램으로 잡으면 금만 100톤이 넘어요. 오늘 금 시세로 계산하면 18조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에요. 😄 지도자들과 백성도 "즐거이 드렸으니"(29:9).

그런데 그 큰 헌물 앞에서 다윗이 드린 기도가 놀라워요. "나와 내 백성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드릴 힘이 있었나이까 모든 것이 주께로 말미암았사오니 우리가 주의 손에서 받은 것으로 주께 드렸을 뿐이니이다"(29:14). 엄청난 헌금 앞에서 "우리가 이만큼 했다"가 아니라 "원래 주의 것을 돌려드렸을 뿐"이라고 고백해요.

그리고 이어지는 고백이 더 깊어요. "우리는 우리 조상들과 같이 주님 앞에서 이방 나그네와 거류민들이라 세상에 있는 날이 그림자 같아서 희망이 없나이다"(29:15). 금 백 톤을 바친 왕이 자신을 "나그네"라고 불러요. 헌금의 크기가 아니라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다는 고백이 예배예요.

※ 역대기에 나오는 금과 은의 양은 매우 커서, 숫자를 상징적으로 보거나 필사 과정에서 커졌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어요. 금액은 단순 계산한 참고값이에요.

돌아보기
내가 드리는 것이 무엇이든 "주의 손에서 받은 것으로 드렸을 뿐"임을 고백하며, 나그네의 마음으로 즐거이 드립니다.
맺는 글
족보는 이름의 목록이 아니라
약속을 잇는 끈이었다

역대상은 지루해 보이는 이름들로 시작해요. 하지만 포로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그 이름 속에서 자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찾았어요. 나라는 망했어도, 아담에서 다윗까지 이어진 하나님의 약속이 자기에게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역대상은 다윗을 정복자보다 예배자로 그려요. 언약궤를 다시 메고, 찬양대를 세우고, 성전을 준비하는 왕이에요. 그 다윗의 족보는 마태복음 1장으로 이어져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가 돼요. 우리 이름도 그 끈에 이어져 있어요.

"모든 것이 주께로 말미암았사오니
우리가 주의 손에서 받은 것으로
주께 드렸을 뿐이니이다" (29:14)

※ 본문 인용은 개역개정을 기준으로 했습니다.